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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계적인 한지를 꿈꾸며, 천양피앤비㈜
작성일 : 2022-01-27 조회수 : 696
한지 장인을 만나다 - 16
세계적인 한지를 꿈꾸며, 천양피앤비㈜
 
 
한지문화산업센터는 한지 문화의 아름다운 전통을 잇고 있는 전국의 한지 공방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9개 공방 중 본 콘텐츠의 대미를 장식할 5개의 공방은 바로 전주전통한지원, 천양피앤비, 천일한지, 청송전통한지 그리고 청웅전통한지입니다. 한지를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공방들의 역사와 철학, 특징을 톺아보겠습니다.

고궁한지 / 대성한지 / 대승한지마을 / 덕치전통한지 / 문경전통한지 / 성일한지 / 신풍한지 / 신현세전통한지 / 안동한지 / 용인한지 / 원주전통한지 / 원주한지 / 이상옥전통한지 / 장지방 / 전주전통한지원 / 천양피앤비 / 천일한지 / 청송전통한지 / 청웅전통한지
 

1960년대 전주 흑석골에서 시작해 현재 2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천양피앤비는 1970~1980년대 100만불 수출탑을 받았을 만큼 큰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지금도 가장 진보적이고 대형화된 시설을 갖추고 있죠. 최영재 대표는 한지의 어제와 내일을 두루 살피며 천양피앤비를 이끕니다. 전통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쓰임새에 대해 골몰하죠. 이것이 어쩌면 천양피앤비의 진정한 저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천양피앤비는 다른 한지 공장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크네요. 생산되는 한지도 많나요?
처음에는 전통한지로 시작했고, 지금은 기계한지를 함께 생산하고 있죠. 연간 전통한지는 1톤 미만, 기계한지는 100톤 정도 생산합니다. 최근에는 산업용 한지 생산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한지 필터를 활용한 한지마스크지, 여과지, 자동차 필터 한지나 비건 가죽이라 하여 주목받고 있는 식물성 한지가죽의 원단 등을 주로 생산합니다.
 
기계한지로는 무엇을 만드나요?
벽지나 장판이 50% 정도 차지하고 인쇄용 한지가 30%, 식품용이 10%, 포장지가 10% 정도 됩니다. 한지벽지와 인쇄용한지 그리고 의류용한지의 제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내친환경인증을 받았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요건들을 부합시켜 새롭게 선보인 대중화 한지 제품인 거죠. 식품한지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한지 호일이라고 보시면 돼요. 한지의 소취성과 항균성의 기능을 활용한 실용적인 제품입니다.

 


기계화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아버지가 천양제지를 운영하던 시절부터 이뤄졌어요. 원래 장판지를 뜨려고 놓은 것이죠. 예전에는 장판지 수요가 많았는데 손으로 떠서는 수요를 맞추기 어려웠거든요. 사실 저희 말고도 기계로 한지를 뜨는 분이 있긴 했어요. 하지만 저희와 같은 기종은 아니었고 본래 일본에서 쓰던 것을 들여온 것이었는데 지리산 쪽에 공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는 방식이 좀 달라요. 생산량과 품질 향상을 위해 좀 다르게 기계를 만든 것이죠. 이후로도 기계가 몇 번 바뀌었습니다. 어떤 종이를 뜨는 지에 따라 기계 설비가 달라져야 하기에 용도에 맞게 기계를 증설하거나 뺐습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한지 기계 중에서 아마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크고 복잡할 겁니다.






서화, 공예용 한지 외에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히 천양피앤비가 바이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보통 한지가 1000년을 간다고 하잖아요? 거기에 어떤 비밀이 있지 않을까 싶어 한지로 벽지도 만들어 보고, 닥나무에 뭐가 있을까 문헌도 찾아봤었죠. 이런저런 실험과 연구를 많이 해본 것입니다. 그때 본초강목이나 닥나무를 피부병 약재로 많이 썼다는 기록을 찾았어요. 약재로도 쓰긴 했는데, 저희가 보기에 스킨 케어 쪽으로 개발하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죠. 타깃을 정하고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의학 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했죠. 닥나무에 피부병을 치료하는 성분들이 있고, 미백효과도 있고 항균 효과도 좋다는 것을 규명했어요. 지금은 닥나무 성분을 추출해 화장품이나 비누와 접목한 제품을 만들고 있고요. 한지의 미백효과를 활용해 한지 부직포를 만들어서 마스크팩도 생산합니다.
 
시장 확장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전통 한지 재현을 위한 연구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어요.
‘전통한지가 이렇게 만들었다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게 맞는 건가?’ 이런 것들을 계속 확인해보고 공부해요. 실록, 의궤 등 300년 이상 된 고서들을 살피면서 똑같이 재현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첫째는 종이가 맑아야 하는데 물성, 강도, 보존성 같은 게 옛날에 미치지 못해요. 이를테면 정조 시절에 만들어진 종이를 체크하면 내절도가 6000번 정도 나오는데 지금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종이 때깔’ 자체가 다르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것을 재현하기 위해 계속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지지원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전통’에 얽매이는 게 오히려 한지 활성화를 저해하는데 일조한다고 봐요. 전통이라는 좋은 콘텐츠는 유지하더라도 수익이 날 수 있게 해야죠. 일본의 사례만 봐도 그렇고 원형은 크게 해치지 않되 산업화에 힘을 실어 부가가치를 높여야 전통도 살고, 우리 문화에 자부심도 더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네요.
외국 관광객이 와서 사고 싶은 제품을 개발해야 해요. 물론 그동안 기관에서 이런 일을 안 했던 건 아닙니다.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제품을 만들기도 했죠. 그런데 단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어요. 한지 자체가 양지보다 비싼 데 디자인 비용까지 감안하면 저렴한 물건이 나올 수 없잖아요? 이런 부분에서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지 생산자도, 디자이너도 함께 성장하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전통을 부가가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한국만이 만들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이 돼서, 전세계적인 상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내국인도, 외국인도 모두 사랑하는 그런 제품 말이죠. 당당하게 ‘이게 한국 제품이야’, ‘한지로 만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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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본사) 063) 284-2548 / 공장) 063) 244-0633
 
* 이 인터뷰는 한지문화산업센터가 2019년 19개 한지 공방을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발췌·재구성한 것입니다. (진행 : 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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